재난 대피소

수원 영통구 재난 대피소 실사 후 느낀 점 – 안전 시스템은 정말 준비되어 있을까?

ppulimyblog 2025. 7. 2. 05:50

대도시 주거 밀집 지역, 재난 대피소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는 신도시 개발과 함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지역이다. 특히 망포, 영통, 광교 일대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학군, 상업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가족 단위 거주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주거 밀집 지역이다. 하지만 그만큼 재난 발생 시 대피가 어려운 구조를 안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고층 아파트가 밀집된 도심형 신도시는 지진, 화재, 침수, 정전 등 복합적인 재난 발생 시 수천 명의 주민이 동시에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어디로, 어떻게 대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수원 영통구 재난 대피소 실사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수원 영통구 내 공식 재난대피소 6곳을 실사하며, 위치, 접근성, 시설 상태, 시민 인식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지도상에만 존재하는 ‘형식적 대피소’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인지를 직접 확인하며 느낀 점들을 기록해본다.

수원 영통구 재난 대피소 실사 6곳: 접근성은 제각각, 안내는 부족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망포동 주민센터 앞 공원이었다. 지도에는 재난 대피소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현장 어디에서도 ‘대피소’라는 안내판은 찾기 어려웠다. 벤치 몇 개와 나무 그늘은 있었지만, 구조물이나 비상 물자는 없었고, 야간 조명 역시 부족해 실제 재난 시 활용도는 떨어져 보였다.
두 번째는 태장초등학교 운동장이었다.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고, 지대도 비교적 높아 대피소로서는 적합해 보였다. 그러나 평일에는 정문이 닫혀 있었고, 외부인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비상시에 어떻게 개방되는지, 누구의 지시에 따라 운영되는지는 현장에서는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세 번째로 찾은 영통중학교 운동장 역시 재난 대피소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외벽에는 대피소 표지판이 없었고, 주민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이 학교가 대피소라는 건 오늘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광교호수공원 북쪽 쉼터 구역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하는 공간이지만, 공식 대피소로 지정되어 있다는 안내는 거의 없었다. 개방된 공원 구조상, 폭우나 폭염에는 대피 기능을 하기에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다섯 번째는 이의동 행정복지센터 앞 공터였다. 행정기관 부속 공간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었지만, 크기가 작고 차도와 바로 인접해 있어 차량 대피와 보행자 대피가 섞일 경우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망포중학교 운동장도 마찬가지였다. 넓은 공간은 확보되어 있었지만, 학교 운영 시간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했고, 외부에서는 대피소로 인식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대피소는 실제로 가보면 ‘안내 부족’, ‘출입 제한’, ‘비상 설비 없음’이라는 공통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고층 아파트 밀집 지역의 현실: 재난 대피소 부족, 수천 명이 어디로 가야 할까?

영통구는 대표적인 고층 아파트 밀집 지역이다. 대단지 하나에 수천 세대가 몰려 있고, 각 단지마다 20층 이상 고층이 기본이다. 이런 구조에서 한 아파트 단지 주민 전체가 동시에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과연 어디로 이동해야 할까?
실제로 대피소로 지정된 장소들은 대부분 학교 운동장, 공터, 공원 등 야외 공간이지만, 수용 가능 인원은 제한적이다. 평균 300명에서 1,000명 수준인데, 아파트 단지 하나에도 3,000명 이상이 거주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용 불가다.
또한 고층 아파트 특성상 엘리베이터 사용이 중단되는 지진이나 정전 상황에서는 계단을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고령자, 어린이, 장애인 등 재난 약자 계층은 물리적으로 대피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더욱이 일부 아파트는 지상 출입구가 단일화되어 있고, 단지 외부와 대피소를 연결하는 인도나 횡단보도, 안내 표지판도 매우 부족한 편이었다. 실제로 ‘재난 발생 시 가장 가까운 대피소까지 도보로 가는 경로’가 시각적으로 안내되어 있는 단지는 거의 없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보 접근의 어려움이다. 모바일 지도를 통해 대피소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하지만,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 계층은 해당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고, 비상 상황에서는 통신 자체가 불안정할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영통구 대피소 시스템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만 접근이 가능한 구조이며, 재난 발생 시에는 동시다발적인 대피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스템이라는 것이 실사 후의 솔직한 판단이었다.

실제 작동하는 재난 대피소로 바꾸기 위한 제안

지금까지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원 영통구가 재난대피소를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선 몇 가지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표지판 시인성과 대피 경로 안내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 현재는 대피소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외부에서는 알아볼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입구에 큼직한 대피소 표지판을 설치하고, 단지 내에서도 ‘가까운 대피소 방향 안내’ 표식을 시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둘째, 야외 대피소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공원이나 운동장과 같은 야외 공간에는 간이 그늘막, 비상용 벤치, 생수 저장고, 구급 키트 등을 최소한 비치해야 하며, 이를 시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접근 외에 오프라인 중심의 정보 제공도 병행되어야 한다. 종이 리플렛, 안내 스티커, 버스정류장 표지판 등 고령자와 디지털 취약 계층도 인지할 수 있는 정보 전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넷째, 실제 대피 훈련 프로그램 확대다. 현재는 민방위 훈련 외에는 주민들이 대피소로 실제 이동해보는 경험이 없다. 연 1회라도 아파트 단지별로 주민들이 직접 가장 가까운 대피소까지 걸어가 보고, 대피 시간과 동선을 체험해보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
마지막으로, 소규모 마이크로 대피소 분산 운영이 필요하다. 큰 공터나 운동장 외에도, 근린 생활시설, 지하주차장 상단,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 등을 활용해 소규모이지만 가까운 대피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
재난은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준비해야 하는 문제다. 수원 영통구처럼 밀집된 도시일수록, 재난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갈린다.
지도에만 있는 대피소가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대피소로 바뀌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원 영통구의 대피소는 양적으론 충분하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개선 여지가 많다.
다음 글에서는 수원 장안구나 권선구 대피소 시스템과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수원시 전역의 재난 대응 수준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