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폐배터리에서 금을 캐다? 전기차 배터리 속 희귀금속 재활용 기술
전기차 배터리 속 숨은 보물, 희귀금속 자원
전기차 배터리 안에는 우리가 흔히 금, 은에 버금간다고 말하는 희귀금속 자원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이 있으며, 이들 자원은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고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다. 예를 들어 코발트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집중되어 있는데, 채굴 과정에서 아동 노동 문제와 환경 파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폐배터리를 ‘도시 광산(urban mine)’이라 부르며, 사용 후 배터리에서 자원을 회수하는 기술이 마치 땅속에서 금을 캐는 것처럼 비유되고 있다.
금속 회수 기술의 진화와 재활용 효율성
희귀금속 회수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파쇄하고 태워서 일부 금속을 얻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화학적 용매 추출과 전기화학적 분리 기술을 통해 금속 회수율을 90% 이상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코발트와 니켈 같은 고가 금속은 리튬보다 우선적으로 회수되는데, 이는 배터리 제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자원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바이오 리칭(bioleaching)**이라는 친환경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미생물을 활용해 금속을 분리해내는 방식으로, 기존 화학 공정보다 환경 오염이 적고 에너지 효율도 높다. 이처럼 기술의 진보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자원 확보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산업 경쟁과 경제적 가치
희귀금속 재활용 기술은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자원 패권 경쟁과도 직결된다. 중국은 이미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으며, 유럽연합 역시 ‘배터리 규제법’을 통해 2030년부터 일정 비율 이상의 재활용 자원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년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규모가 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곧 희귀금속 회수 기술이 ‘제2의 금광 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자원 절약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희귀금속 재활용의 의미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환경과 인권을 동시에 지키는 해법이 된다. 새로운 광산 개발 대신 기존 배터리에서 자원을 추출하면 산림 파괴와 토양 오염을 줄일 수 있고, 아동 노동과 같은 사회적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 잡아, ‘쓰레기’가 새로운 ‘자원’으로 전환되는 시대를 열게 된다. 결국 전기차 배터리 속 희귀금속 재활용은 친환경 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