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건물 재난 대피소 VS 노후 건물 재난 대피소 – 어디가 더 안전할까?
재난 대피소는 ‘건물 나이’와 무관할까?
재난 대피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그 대피소가 위치한 ‘건물의 나이’, 즉 건축 연도다.
많은 사람들은 대피소가 지정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하지만, 재난 상황에서 건물의 내진성능, 화재 대응력, 통신 유지, 전력 안정성 등은 생존율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 대피소의 상당수는 1980~1990년대에 지어진 학교, 주민센터, 복지관, 체육시설 등 노후 건물이다. 최근 들어 신축 공공시설이 대피소로 지정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전체 대피소의 절반 이상이 20년 이상 된 건물이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경기·대전·광주 지역에 위치한 신축 건물 재난 대피소 5곳과 노후 건물 대피소 5곳을 비교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건물 연식에 따른 구조 안정성, 설비 차이, 접근성, 실사용 가능성을 전방위로 분석한다.
정말로 신축 건물이 더 안전할까? 아니면 오래됐지만 잘 관리된 곳이 더 믿을 수 있을까?
‘재난 대피소’의 안전을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할 때다.
재난 대피소 구조 비교: 신축은 설계부터 다르다
신축 건물과 노후 건물 재난 대피소의 가장 큰 차이는 구조적 내구성과 설계 기준 자체의 변화에 있다.
- 신축 재난 대피소의 특징
신축 건물 대피소는 대부분 2010년 이후 준공된 복합 커뮤니티 센터, 체육관, 구청 건물, 공공도서관, 복합문화시설 등이다.
이들 건물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진 설계 기준(KDS 41 17 00)에 따라 구조물의 지진 저항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 자동 화재 경보기, 연기 제어 설비, 스마트 피난 유도등, 비상 전력 체계가 자동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대부분이 무장애 설계(Barrier-Free) 기준을 충족하여 휠체어 사용자나 고령자도 별도의 도움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구의 ‘X복합체육센터’는 대피소로 지정되어 있으며, 에너지 백업 시스템, 태양광 비상등, 지하 대피실까지 준비되어 있는 선진형 공간이었다.
- 노후 재난 대피소의 구조적 한계
반면, 20년 이상 된 노후 건물 대피소는 대체로 학교 운동장, 주민센터 강당, 동사무소 구건물, 구립 체육관 등이다.
이들 건물은 지진, 화재 등 복합 재난을 고려한 구조가 아예 반영되지 않았거나, 최소 기준만 충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1990년대 이전 건물의 경우, 내진 설계 자체가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지진 발생 시 붕괴 위험이 더 크다.
또한 화재 발생 시에는 스프링클러가 없거나, 노후된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는 사례도 많다. 전기 배선도 오래되어 비상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다.
예를 들어, 전북 전주의 Y초등학교는 1989년 준공된 건물로, 대피소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내부엔 비상 조명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창문은 단일창으로 고정되어 있어 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신축 대피소는 재난 대응 중심의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노후 대피소는 기본적인 구조 안정성 자체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재난 대피소 내 설비·위생·접근성 차이 분석
신축 대피소는 설비와 위생 수준에서 우수
신축 건물 대피소는 기본적으로 냉난방 시스템, 온수 사용, 비상 조명, 무선 통신, 생수 보관소, 위생 화장실, 손소독제 비치, 여성 및 유아 보호 공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화장실은 대부분 다인용이며, 환기 상태가 우수하고, 비상시 물 공급도 차단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서울 마포구의 ‘Z생활복지센터’는 대피소로 지정되어 있으며, 위생 키트 상시 비치, 모유 수유실, 장애인용 화장실, 스마트 에어컨 작동 상태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 노후 재난 대피소는 위생 사각지대 많아
반면 노후 건물 대피소는 화장실이 남녀 구분이 없거나, 노후화로 악취와 배관 누수가 반복되고, 세면대와 음수대가 고장 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청소 인력이 상주하지 않아 재난 발생 시에는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비위생 환경이 된다.
광주의 한 주민센터형 대피소는 손 씻을 곳이 없고, 화장실 한 곳만 있는 구조였으며, 환기조차 어려운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또한 노후 건물은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접근성 보조 설비가 거의 없어, 휠체어 이용자나 고령자에겐 진입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존재했다.
이처럼 대피소 설비 수준과 위생 환경은 건물의 신축 여부에 따라 명확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생존 가능 시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더 안전한 재난 대피소를 위한 제도적 제안
재난 대피소의 구조적 안전성과 설비 수준은 단순한 행정 편의로 판단되어선 안 된다.
노후 건물이라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고, 신축 건물은 반드시 대피소로 지정되어야 하는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 재난 대피소 지정 시 '건축 연식'을 필수 평가 항목으로
현재 대피소 지정은 대체로 공간의 넓이와 위치 중심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건축물의 연식, 내진 구조, 설비 상태를 평가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
20년 이상 된 건물은 대피소로 지정 시 의무적으로 안전진단과 구조 보강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 노후 재난 대피소 대상 리모델링 지원 확대
정부는 노후 대피소에 대해 ‘재난 구조 안전개선 사업’을 확대하여 전기·소방·위생 설비 보완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대피소 내부에 비상 물품 보관함, 조명, 환기 장치, 이동식 경사로, 간이 파티션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 신축 공공건물은 재난 대피소 지정 우선 고려
신규 공공건물, 구청 신청사, 복합문화센터 등은 준공 시점에서부터 재난 대피소로의 활용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하며,
내진, 방재, 통신, 전력 설비가 기준에 맞게 시공됐는지를 점검해 신축 대피소를 지속 확충해야 한다.
- 재난 대피소 정보공개 시 '건물 정보' 포함
시민이 대피소를 확인할 때 ‘위치’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건물의 준공 연도, 내진 등급, 비상 전력 여부, 위생 시설 보유 현황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통합 정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재난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안전한 공간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재난 대피소가 ‘있다’는 것보다 ‘쓸 수 있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조건이다.
앞으로는 ‘공간의 수’보다 ‘공간의 질’을 따지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2025년 최신 기준, 재난대피소 필수 설비 체크리스트 를 분석을 소개할 예정이다.
관심 있다면 꼭 이어서 확인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