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구 재난대피소 접근성 순위 TOP10 – 어디가 가장 준비됐을까?
서울의 재난 대피소, 모두 똑같은 조건일까?
서울은 총 25개 자치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구마다 수십 개의 재난대피소가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대피소가 있다'는 것이 곧 누구나 쉽게 대피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재난 대피소는 단순히 공간만 존재한다고 해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실제로 이동 가능한 구조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계단으로만 진입할 수 있는 대피소,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위치에 있는 대피소, 휠체어나 유모차가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면 재난 시 실질적인 기능을 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재난대피소 접근성’에 대해 비교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TOP10 자치구를 순위별로 공개한다.
이 조사는 공공 데이터,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 각 구청 안전재난과 자료, 네이버 지도, 직접 현장 답사 및 유선 문의 등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 접근성 점검에 기반했다.
접근성 평가는 다음과 같은 4가지 기준으로 진행되었다:
- 물리적 접근성 – 계단 유무, 경사로 설치 여부, 장애인 편의시설 존재 여부
- 교통 접근성 – 버스/지하철 도보 거리, 차량 진입로 구조
- 표지 및 안내체계 – 대피소 안내 표지판 존재 여부 및 식별성
- 실질적 개방성 – 재난 발생 시 실제로 시민이 진입 가능한 구조인지 여부
그럼 이제부터 2025년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재난대피소 접근성 TOP10 순위를 소개하겠다.
서울 재난 대피소 접근성 순위 TOP10
- 1위 – 성동구
성동구는 대피소 수 대비 접근성과 품질이 우수했다. 대부분이 실내형 체육시설 또는 학교로 지정되어 있으며, 장애인 경사로와 자동문 설치율이 90% 이상이다. 버스와 지하철 접근성도 좋고, 일부 대피소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 2위 – 서대문구
중소형 공원형 대피소와 함께 주민센터형 대피소가 많아, 도보 이동이 편리하고 표지판 설치도 비교적 잘 되어 있었다. 특히 고령자와 보행 약자를 고려한 진입 경로 설계가 눈에 띄었다.
- 3위 – 중구
서울 도심 특성상 지하철 접근성이 뛰어나며, 대피소도 문화시설, 학교 등 실내공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표지판, 비상 안내문, 점자 블록 등 시각적 정보 접근성이 우수했다.
- 4위 – 광진구
광진구는 대부분의 대피소가 평지에 위치해 있고, 진입 경로가 단순하여 휠체어 사용자도 쉽게 접근 가능했다. 도로변 표지판과 건물 외벽 대피소 안내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 5위 – 용산구
용산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대피소가 많아, 실제 대피 인구 밀집 지역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점이 장점이다. 경사로 설치율도 높고, 공원형 대피소는 조명과 포장 상태가 양호했다.
- 6위 – 동작구
동작구는 지하철과의 연계성이 좋고, 학교 대피소는 실제로 주차장과 운동장이 함께 연결돼 차량 대피가 가능한 구조도 존재했다. 단차 제거와 점자 유도선 확보 상태도 준수했다.
- 7위 – 종로구
종로는 경사 지역이 많지만, 대피소 대부분이 문화시설, 학교, 주민센터로 접근성이 높았다. 일부 고지대 대피소는 예외지만, 전체적인 경사로 보완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 8위 – 은평구
대피소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주변 도보 경로와 교통 연결성이 뛰어났고, 특히 지역 내 장애인복지관과 연계된 대피소가 점수를 끌어올렸다.
- 9위 – 양천구
대부분 대피소가 단지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도보 대피가 용이했다. 주민센터형 대피소가 많아 평상시 접근성도 좋은 편이었으나, 표지판 관리 상태는 일부 개선이 필요했다.
- 10위 – 노원구
다세대 밀집 지역 중심으로 대피소가 배치되어 있어 재난 발생 시 차량보다 도보로 대피하는 데 유리한 구조였다. 접근 경로는 양호하나, 일부 대피소는 안내 정보 부족으로 순위가 낮아졌다.
순위 밖 재난 대피소가 있는 자치구의 공통 문제점
순위에서 제외된 자치구들의 대피소 접근성 실태를 분석해보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 물리적 단차와 경사도 문제
강북, 도봉, 관악, 강서 일부 지역은 노후된 학교 운동장이 대피소로 지정되어 있었고, 정문 출입구가 계단만 있는 구조가 많았다. 휠체어 경사로가 아예 없거나 비정상적으로 경사진 경우도 확인됐다.
- 교통 접근성의 한계
송파, 강동 일부 대피소는 지하철에서 거리가 멀고, 버스 정류장과도 거리상 비효율적인 위치에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졌다. 특히 야간 대피 시에는 더욱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 안내 체계 부족
표지판이 아예 없거나 오래되어 식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네이버 지도 등 모바일 지도에는 표시되지만, 현장에서 찾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로 인해 대피소 도착까지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 상시 출입 불가능
학교나 체육관 등 특정 시간 외에는 잠겨 있는 시설이 많아, 재난 시 출입 여부가 불확실한 대피소가 다수였다. 실질적인 대피보다는 ‘명목상’ 존재하는 장소인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대피소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접근이 어렵고, 이용이 제한되는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순위 밖 자치구들은 수치상 대피소 수는 충분하더라도, 기능성 면에서는 큰 개선이 필요하다.
재난 대피소 접근성 향상을 위한 5가지 실질적 제안
- 접근성 인증제 도입
단순히 대피소를 등록하는 것을 넘어, ‘재난대피소 접근성 인증제’를 도입하여 물리적 진입 가능 여부, 교통 연계성, 시각 안내 수준 등을 평가해 공공에 공개해야 한다. 시민이 직접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 경사로 및 자동문 설치 의무화
학교, 체육관, 주민센터 등 모든 대피소에 장애인용 경사로 및 자동문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고령자, 휠체어 사용자, 유모차 동반자도 자력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 안내표지 개선 및 QR코드 연동
모든 대피소 주변에 방향표시형 안내판을 반사 소재로 설치하고, QR코드를 통해 실시간 위치 안내, 혼잡도, 출입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 대중교통 연계형 대피소 확대
지하철역, 버스환승센터 인근 공공건물이나 체육시설 등을 ‘교통 연계형 대피소’로 지정해, 접근이 어려운 지역 주민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
- 연 1회 이상 ‘접근성 모의훈련’ 실시
지자체는 매년 휠체어 사용자, 유모차 동반 가족, 고령자를 포함한 대피소 접근성 점검 훈련을 실시해, 문제가 있는 진입로를 보완해야 한다. 대피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몸이 닿는’ 곳이어야 한다.
접근 가능한 대피소가 진짜 대피소다.
지금 우리 동네 대피소는 정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인지, 지금부터라도 확인하고 바꿔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재난대피소 위생를 비교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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