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피소

재난 대피소 출입구 접근성 – 휠체어도 이동할 수 있을까?

ppulimyblog 2025. 7. 8. 10:22

재난대피소의 ‘출입구’,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일까?

재난 상황에서 재난 대피소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호막이다. 하지만 그 공간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으로 열려 있지는 않다. 특히 휠체어 사용자, 고령자, 보행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재난대피소의 출입구는 단순한 문이 아닌 생존의 문턱이 될 수 있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는 지정된 재난 대피소를 목록화하고, 위급 시 시민들이 해당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대피소까지 도달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출입구는 어디에 있는가?”, “계단은 없는가?”, “자동문이나 경사로는 마련되어 있는가?” 등의 질문은 대피소의 실질적인 접근성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특히 휠체어 사용자는 작은 단차 하나에도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진입을 위해 주변인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위기 상황에서 매우 큰 리스크를 안게 된다.

재난 대피소 출입구 접근성


이번 글에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공식 지정 재난 대피소 7곳을 직접 방문하거나 담당자와 통화하며, 실제로 휠체어 사용자가 자력으로 출입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접근성 실태를 점검했다.
과연 지금의 대피소는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도 진정한 ‘대피처’로 작동할 수 있을까?

재난 대피소, 실제 현장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은 휠체어 진입 어려워

조사는 서울, 인천, 수원, 청주, 전주, 대전, 광주 지역의 공식 지정 재난대피소 7곳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유형은 공원, 학교 운동장, 주민센터, 체육관 등으로 다양하게 선정했다.

- 서울 A초등학교 대피소

정문은 계단만 존재했고, 휠체어용 경사로는 후문에만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후문은 닫혀 있었고, 관계자가 없으면 개방이 어려운 구조였다.

- 인천 B공원형 대피소

평지형 공간이었지만, 입구 진입로가 모래길과 자갈로 구성되어 있어 바퀴가 빠지거나 멈추는 경우가 발생했다. 주변에 휠체어 전용길은 없었음.

- 수원 C주민센터 대피소

건물 진입구는 계단이었고, 장애인용 리프트나 경사로가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담당자는 “재난 시에는 개방된 문을 통해 들어올 수 있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설비가 부족했다.

- 청주 D공터형 대피소

야외 공터로, 바닥이 평탄하지 않았고 경계석이나 단차가 여러 곳에 있었으며, 휠체어 사용자 혼자 진입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 전주 E체육관 대피소

실내형 대피소로, 출입구에 자동문과 완만한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고, 외부 진입로에도 별도의 휠체어 전용 경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은 휠체어 사용자가 자력으로 진입 가능한 유일한 공간이었다.

- 대전 F중학교 운동장 대피소

학교 후문이 열려야만 진입 가능한 구조였고, 정문에는 2단 계단과 경계석이 있어 진입이 물리적으로 차단되었다. 현장에는 안내 표지판도 부족했다.

- 광주 G주민센터 대피소

입구에는 단차가 있었고, 임시 경사판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장애인 이동 경로까지 고려하진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실태는 휠체어 이용자, 고령자, 보행 약자에 대한 배려가 대피소 설계에서 얼마나 배제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7곳 중 5곳은 사실상 자력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제한적인 상태였다.

재난대피소 출입구 접근성 부족의 원인 5가지 분석

- 장애인 접근성 기준 미적용

현재 대피소 지정은 대부분 공간의 크기와 위치 중심으로 판단되며, 장애인 편의시설 기준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건축법상 공공건물에만 일부 기준이 적용되며, 운동장이나 공원은 예외인 경우가 많다.

- 단일 진입 구조의 문제

대피소 중 상당수가 **학교나 주민센터처럼 ‘하나의 출입구만 존재’**하거나, 별도 경사로가 후문이나 측면에 있지만 평소엔 폐쇄된 경우가 많아, 위기 시 빠르게 진입하기 어렵다.

- 휠체어 전용 경로에 대한 설계 부족

휠체어 경로는 단순히 경사로만 설치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경사도, 길이, 표면 재질, 회전 반경 등 기술적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많은 대피소는 이 기준조차 모르고 설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 점검과 유지보수 부재

일부 대피소는 과거에 설치된 경사로가 파손되었거나 방치되어 있었다. 진입구 표면이 미끄럽거나, 안내 표지판이 마모된 상태도 흔했다. 이는 계속 사용되지 않으면 유지도 되지 않는 구조를 드러낸다.

- 훈련과 매뉴얼에 약자 고려 미비

정기적인 대피 훈련조차 ‘건강한 성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휠체어나 유모차 사용자에 대한 동선 검증이나 행동 시나리오는 배제되어 있다.
결국 “도달 가능성”은 확인되지 않은 채 “위치만 지정”되어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재난약자에 대한 고려가 구조적으로 빠져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대피소가 가까운 것보다 중요한 건, 거기까지 ‘내가’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휠체어 사용자도 대피 가능한 재난대피소를 만들기 위한 제안

모두를 위한 재난 대피소는 단순한 표어가 아니라, 실제 구조로 구현되어야 한다. 특히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재난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스스로 이동해 진입할 수 있는 대피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구조적 고민이 필요하다.

- 재난 대피소 무장애 설계 기준 도입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재난 대피소 무장애 접근성 설계 지침”을 제도화하고, 경사로, 회전 공간, 자동문, 손잡이, 점자 안내판 등 물리적 접근성을 표준화해야 한다.

-  재난 대피소 경사로·리프트 설치 의무화

건물형 대피소는 의무적으로 경사로 또는 리프트를 설치하고, 휠체어 접근 가능 표식을 외부에 부착해야 한다. 경사도는 1:12 이하로 제한하고, 출입문 폭도 90cm 이상 확보해야 한다.

- 재난 대피소 출입구 상시 개방 또는 자동 개방 시스템

후문이나 측면에 마련된 경사로가 항상 잠겨 있다면 무용지물이다. 지진 감지 시스템과 연동된 자동 개방형 비상문 도입을 검토하거나, 재난 시 개방 책임자를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 점검 및 모의 대피훈련에 약자 포함

대피소 접근성은 훈련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지자체 모의훈련 시 휠체어 사용자 참여를 의무화하고, 실제로 출입이 가능한지 동선별 체험을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해야 한다.

- 실시간 접근성 정보 공개

대피소마다 접근성 정보를 QR코드, 앱, 전광판을 통해 공개하고, 휠체어 사용자에게 “해당 대피소 진입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모든 시민이 재난 속에서 평등하게 대피하려면, 가장 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맞춰야 한다.
대피소는 평등한 설계가 아닌, 가장 약자를 고려한 설계일 때 비로소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된다.

 

다음 글에서는 지진·화재·폭우 유형별로 휠체어 사용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경로 설계 기준을 구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당신의 지역 재난 대피소는 정말 모두를 위한 공간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꼭 확인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