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피소

청주 흥덕구 재난 대피소 체험기 – 도심형 대피소의 구조적 한계, 직접 확인해보니

ppulimyblog 2025. 7. 2. 13:16

도시 중심에 있는 재난 대피소, 정말 안전한가?

청주시는 충청북도의 중심 도시로, 흥덕구는 그중에서도 인구가 많고 상업지구와 주거지가 혼재된 대표적인 도심 지역이다. 청주국제공항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 강서·봉명·복대동 일대의 고층 아파트 밀집 구조, 그리고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은 이 지역의 경제력을 상징하지만, 한편으로는 재난 발생 시 대피가 쉽지 않은 구조를 만든다.
특히 흥덕구는 도심형 구조 탓에 도로나 건물 사이에 대피소를 설계하기 어렵고, 지정된 대피소도 대개 학교나 공원 중심의 제한적인 공간에 머무르고 있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 수천 명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 공간들이 실제로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

청주 흥덕구 재난 대피소


이번 글에서는 청주 흥덕구 내 공식 재난대피소로 등록된 6곳을 직접 방문하며 위치, 접근성, 수용 능력, 안내 체계, 시민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단순히 ‘존재하는가’가 아닌 ‘작동 가능한가’에 집중한 체험형 후기를 통해, 도심형 대피소의 현실을 짚어본다.

흥덕구 재난 대피소 6곳 실사 결과: 도시 중심의 공간은 좁고 막혔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봉명동 봉명초등학교 운동장이었다. 청주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지역 내 주요 대피소 중 하나지만, 평일에는 학교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대문에는 별다른 안내 없이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만 있었고, 실제 대피소 안내판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로 방문한 가경동 복대공원은 주변 아파트 단지와 가까워 위치상으로는 적절해 보였다. 하지만 공원의 전체 면적이 작고, 나무 그늘이나 쉼터가 매우 부족했다. 또 한편에는 주차장이 있어 차량과 보행자 동선이 섞일 가능성도 높았다.
세 번째 대피소는 가경중학교 운동장이었다. 운동장 규모는 비교적 넓었지만, 정문은 잠겨 있었고, 평소에는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아파트 단지 수천 세대가 인근에 몰려 있는데도, 운동장 진입로가 단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병목 현상 위험이 우려됐다.
네 번째로 확인한 복대동 주민센터 옆 공터는 소규모 임시 대피소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대피소’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아예 없었다. 그저 잡초가 자란 공터였고, 평소에는 쓰레기 불법 투기 장소로 쓰이는 경우도 있었다.
다섯 번째는 청주고등학교 운동장이었다. 공원이 아닌 학교 공간이기 때문에, 시민들은 평소 접근이 어렵고, 대피소로 인식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실제로 근처 편의점 직원은 “여기가 대피소라고요? 처음 듣는데요”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강서동 강서근린공원은 주변 도심지와 가깝고 공간도 넓었지만, 고지대가 아니고 하천과 가까워 집중호우 시에는 침수 위험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화장실이나 음수대는 있었지만, 비상 설비나 응급처치 장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도심형 대피소는 ‘공간은 존재하나 접근이 어렵고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었다.

도심 구조의 한계: 재난 대피소까지 갈 수 없고, 가도 머무를 수 없다

청주 흥덕구는 전통시장, 버스터미널, 아파트, 상업시설, 관공서가 서로 맞물려 있는 도심형 지역이다. 이 말은 곧 도로가 좁고, 유동 인구가 많고, 공간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의미다.
이런 지역에서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복대동 일대는 대피소까지 도보로 1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횡단보도 신호나 차량 정체가 발생하면 더 오래 걸린다.
특히 고층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춘 상황이라면, 고령자나 어린이는 대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수많은 인구가 좁은 보도 위를 이동하게 되면, 2차 사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도심 대피소는 공원이나 학교이기 때문에, ‘대피소’임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안내 시스템이 전무하다. 직접 방문해본 6곳 모두 표지판이 작거나 아예 없었고, 대피 경로를 표시한 안내도는 단 한 군데도 확인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도착 이후다. 대피소에 도착한다고 끝이 아니다. 재난은 수십 분이 아니라 수시간, 심하면 수일간 이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피소는 그늘막, 음수대, 비상 화장실, 구급약 등 기본 설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폭염, 한파, 폭우, 화학물질 누출 같은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다목적 대피 공간은 사실상 없었다. 재난 약자 계층을 위한 의자, 휠체어 진입로, 다국어 안내 표지판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이 지역의 대피소는 ‘존재’만 할 뿐, 실질적으로는 대피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실질적 대응을 위한 재난 대피소 시스템 개편 제안

도심형 대피소는 단순히 넓은 공간 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주 흥덕구처럼 주거와 상업, 교통이 복잡하게 얽힌 지역에서는 접근성, 인식도, 실질적 설비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 시인성 높은 안내 표지판 설치가 필요하다. 현재는 대피소임을 나타내는 표식이 너무 작거나 위치가 부적절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입구는 물론이고, 아파트 단지 내, 마을회관, 정류장 등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안내판을 재배치해야 한다.
둘째, 소규모 ‘마이크로 대피소’ 분산 운영이 중요하다.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동네 소공원, 주차장 상단, 학교 담장 외곽 등 접근성이 뛰어난 위치에 소규모 대피공간을 마련하면, 긴급 시 혼잡을 줄이고 취약계층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셋째, 비상 설비를 표준화해 상시 구비해야 한다. 생수, 담요, 응급약, 랜턴, 간이 화장실 등은 대피소마다 최소 단위로 보관되고, 그 위치와 사용법이 시민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넷째, 도심형 재난에 특화된 대응 매뉴얼과 훈련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 복잡한 도시 구조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 유형(건물붕괴, 연쇄 정전, 도로 마비 등)에 맞춰 주민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져야 하며, 재난 발생 시 ‘누가, 어떻게 지휘하고, 어디로 모이는가’에 대한 행동 지침도 반드시 함께 제공돼야 한다.
다섯째, 재난 대응 앱 및 문자 기반 안내 체계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도 고려하여, 앱 외에도 방송, 문자, 전광판, 마을 스피커 등을 통해 대피소 위치와 개방 여부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재난은 행정 구역별로 차별하지 않는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확한 정보와 구조 안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피소 시스템은 ‘있다’에서 ‘쓸 수 있다’로 바뀌어야 한다. 청주 흥덕구는 그 변화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청주 흥덕구 대피소의 현실은 도심 특성상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청원구, 서원구 등 청주 다른 지역의 대피소 체계와 비교
청주시 전체의 재난 대응 수준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할 예정이다.